소니 RX100 M6를 큰 충격 없이 오랫동안 사용해서 고장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전에 사용했던 RX100 M3도 별문제 없이 잘 사용했기 때문에 소니 카메라에 대한 신뢰도 있었고, 자연스럽게 M6 구매까지 이어졌다.

며칠 전 사용하려고 꺼내봤는데 배터리가 0%였다. 충전까지 해서 서랍에 넣어뒀는데 이상했다.

충전을 해서 다시 보니 자기 혼자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다시 고쳐서 쓰기 위해 AS를 하기로 결정하고 어렵지 않게 소니 공식 사이트에서 AS 신청까지 할 수 있었다.

7월 22일 (수) 접수 - 택배를 소니 측에서 신청해서 편리했지만 택배비가 4,000원 발생.

7월 27일 (월) 택배 발송 - 접수 이후 실제 제품 발송까지는 며칠이 걸림.

7월 31일 (금) 수리 담당자 통화 - 수리 담당자가 전화를 걸어왔음. 메인보드 교체가 필요하다는 안내를 받음. 수리비는 318,000원. 수리 여부는 고민해보겠다고 함.


7년 된 카메라에 318,000원의 수리비를 쓰는 것이 맞을까?

리퍼, 중고가가 대략 75~90만원이었는데 메인보드를 32만 원에 교체한다는 게 고민이 됐지만, 그 제품들도 언제든 고장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32만 원을 들여 수리하는 편이 더 경제적이라고 생각했다.


8월 5일 (수) 수리 담당자 통화 - 수리하겠다고 전달하고 수리 진행.

9월 1일 (화) 소니 서비스 센터 통화 - 일정 문의, 부품이 아직 입고되지 않았다고 안내 받음.


오래된 모델이라 입고 시간이 오래걸리는 것 같았다.


9월 8일 (화) 소니 서비스 센터 통화 - 현재 테스트 중이고 곧 완료될 것 같다고 함.

9월 9일 (수) 수리 완료 - 소니 사이트에서 수리비 결제.


소니 공식 사이트에서 수리비를 결제할 수 있어 편리했고, 택배비도 할인되어 여기까지는 수리 과정에 꽤 만족하고 있었다. 역시 대기업다운 서비스라고 생각했다.

여기까지는 그랬었다.





9월 12일 (토) 택배 받음 - 고장 증상 그대로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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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 기간이 짧았던 것도 아니었는데, 돌아온 카메라에서는 이전과 같은 증상이 그대로 나타났다. 수리 완료 전 테스트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처음에는 만족스러웠던 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9월 14일 (월) 소니 서비스 센터 통화 - 재수리 요청.


서비스센터에 전화해 수리를 마친 카메라에서 같은 증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전화를 받은 분은 서비스센터에서는 충분히 테스트했고 당시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그런데 대화 과정에서 조금 아쉬웠던 건 문제 자체보다 대응 방식이었다. 수리를 마친 제품에서 동일한 증상이 다시 발생한 상황이었지만, 이에 대한 사과나 원인 확인보다는 테스트 당시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설명이 먼저 돌아왔다. 다시 점검하려면 카메라를 직접 가지고 방문하거나 택배로 보내달라는 안내를 받았다. 솔직히 이 대목에서는 조금 어이가 없었다.

상황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카메라를 받은 뒤 같은 증상을 확인하는 데는 5분도 걸리지 않았다는 점과 지금까지의 수리 과정과 소요 시간을 다시 차분하게 설명했다. 그제서야 서비스센터에서 직원을 보내 카메라를 수거하겠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9월 14일 (월) 수리 담당자 통화 - 수리 담당자가 전화를 걸어왔음.


수리 담당자에게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담당자는 처음 교체한 메인보드 자체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물론 새로 교체한 부품에 다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한 가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테스트 과정이었다. 담당자는 수리 후 하루 종일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설명했지만, 내가 카메라를 받은 뒤에는 전원을 켜고 잠시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같은 증상이 반복됐다.

이 부분에 대해 질문했지만 더 이상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기는 어려웠고, 결국 카메라를 다시 점검하는 것으로 통화를 마쳤다.

다행히 이번에는 메인보드 재고가 있어 3~4일 정도면 수리가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9월 14일 (월) - 카메라 재수거.

9월 22일 (화) - 2차 수리 완료 택배 받음.


두 번째 수리를 마친 카메라는 별도의 연락 없이 배송되어 집 앞에 도착해 있었다.

두 번째 수리를 마치고 돌아온 카메라. 보자마자 한숨부터 나왔다.

이번에도 바로 카메라를 켜고 한동안 사용해봤다. 다행히 이전과 같은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차이가 있었다. 첫 번째 수리 후에는 배터리가 분리된 상태로 배송됐는데, 이번에는 배터리가 카메라에 장착되어 있었다. 단순한 포장 방식의 차이일 수도 있다. 다만 첫 번째 수리에서는 카메라를 받은 뒤 5분도 되지 않아 같은 증상이 나타났던 터라, 이런 작은 차이까지 눈에 들어왔다.

결국 첫 번째 수리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정말 교체한 메인보드에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고, 서비스센터에서 테스트할 때는 나타나지 않던 증상이 내가 카메라를 받은 뒤 다시 나타났을 수도 있다. 내부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이상 어느 쪽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확실한 건 수리가 완료됐다는 카메라를 받았을 때 처음과 같은 증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확인하는 데는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이번 AS에서 가장 아쉬웠던 건 카메라가 한 번에 고쳐지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었다. 기계는 다시 고장날 수도 있고, 새 부품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그 과정을 설명하고,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대응하는 것까지 AS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처음 수리를 결정할 때는 7년 된 카메라에 31만 8천 원을 쓰는 것이 맞는지 고민했다. 리퍼나 중고 제품을 다시 사는 것보다 지금 가지고 있는 카메라를 고쳐 쓰는 편이 경제적이라고 생각해서 수리를 선택했다.

그런데 이번 일을 겪고 나니 수리비에는 부품값과 기술료만 포함되어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제대로 고쳐졌다는 확인, 그리고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 있게 대응해줄 것이라는 믿음에도 돈을 지불하는 것이 아닐까.

카메라는 결국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처음 31만 8천 원을 결제할 때 가지고 있던 공식 서비스센터에 대한 믿음까지 함께 돌아온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