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잘 운영하는 방법을 찾아보면 비슷한 이야기들이 반복됐다. 한 가지 주제를 정하고, 꾸준히 글을 쓰고, 검색에 잘 걸리는 글을 만들어야 한다. 아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나도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면서 잘 운영해 보고 싶었다. 첫 번째 목표로 하루 방문자 1,000명을 정했고, 가능하다면 의미 있는 수익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어떻게 운영할지를 고민하다 보니 조금 다른 질문이 생겼다.
왜 하필 블로그일까?
유튜브는 내가 만든 것을 보여주기에 좋은 공간이다. 영상과 소리를 직접 보여줄 수 있고,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도 있다.
소셜 미디어는 조금 더 가볍다. 사진 한 장이나 짧은 생각을 바로 올리고 사람들과 이야기하기 좋다.
그런데 다양한 프로젝트를 몇 달, 몇 년 동안 해온 과정을 남기기에는 조금 아쉬웠다.
셀프 인테리어를 어떻게 시작했고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데이터를 잃을 뻔한 뒤 어떻게 백업 방법을 바꿔왔는지. 이런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원하는 방식으로 차곡차곡 남기기에는 유튜브의 알고리즘이나 소셜 미디어의 성격이 조금 아쉬웠다.
무엇보다 블로그에서는 플랫폼의 알고리즘에 맞춰 무엇을 보여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글의 길이도, 주제도, 사진을 보여주는 방식도 내가 정할 수 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야기든 아니든 내가 남기고 싶은 과정이라면 기록할 수 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쌓아갈 수 있는 공간.
그 과정을 차곡차곡 쌓아두기에는 블로그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블로그를 어떻게 채워 나갈까?
3년 전에는 매달 1~2만 원 정도의 수익도 발생했다. 고스트 구독료 정도는 마련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런 블로그를 초기화하고 다시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다. 그때 썼던 글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시 시작하면서 블로그와 관련된 책과 여러 자료도 찾아봤다.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라. 전문성을 만들어라. 잡블로그는 하지 마라. 검색되는 글을 써라.
표현은 조금씩 달랐지만,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됐다.
아마 블로그를 성장시키려면 도움이 되는 방법일 것이다. 나 역시 하루 방문자 1,000명을 목표로 정했으니 그냥 무시할 이야기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 방법들을 이안피니티에 적용하려고 하니 고민이 생겼다.
유튜브 이야기도 쓰고 싶고, 셀프 인테리어를 하면서 겪었던 일도 기록하고 싶었다. 데이터를 잃을 뻔한 뒤 시작한 백업 이야기도 있고, 오랫동안 사용해 온 도구에 대해서도 쓰고 싶었다.
주제만 보면 서로 별로 관련이 없다.
그렇다고 블로그를 성장시키기 위해 이 중 하나만 골라야 할까?
처음에는 여러 주제를 쓰는 블로그도 잘될 수 있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계속 생각하다 보니 질문부터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로그를 위해 하는 일이 아니었다
블로그에 글을 쓰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한 게 아니다. 블로그가 없어도 영상을 만들고 채널을 운영했을 것이다. 셀프 인테리어도 블로그에 쓸 이야기가 필요해서 시작한 일이 아니다. 내가 사용할 공간을 직접 고치고 싶어서 시작했다. 백업도 데이터를 잃을 뻔한 일을 겪고 나서 필요해서 시작한 일이었다.
블로그가 없어도 모두 했을 일들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는 항상 기록할 만한 이야기가 생겼다.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흘러가기도 하고, 실패해서 처음부터 다시 하기도 했다. 몰랐던 것을 새롭게 알게 되기도 하고, 직접 해보고 나서야 이해되는 것들도 있었다.
그런 과정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남겨두고 싶었다.
블로그에 쓸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하다 보니 기록할 이야기가 생기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순서는 처음부터 이쪽이었다.
블로그도 하나의 프로젝트다
그렇다고 블로그가 잘되든 말든 상관없다는 것은 아니다.
블로그 역시 내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다.
어떤 글이 검색되는지 확인하고, 사람들이 어디에서 들어오는지 살펴보고, 더 읽기 편하게 사이트를 고치기도 한다. 하루 방문자 1,000명이라는 목표도 여전히 가지고 있다. 가능하다면 고스트 구독료를 넘어 그 이상의 수익도 만들어보고 싶다.
다만 순서는 바뀌지 않았으면 한다.
블로그 방문자를 늘리기 위해 할 일을 정하고, 검색되는 글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하고, 블로그는 그 과정을 따라가면 된다.
경험을 정답처럼 말하지 않기
여러 프로젝트를 기록하더라도 한 가지는 지키고 싶다.
직접 경험하고 생각한 것들을 쓰되, 그것을 정답처럼 말하지 않는 것.
직접 경험한 일이기 때문에 내가 겪은 과정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쓸 수 있다.
내가 유튜브 구독자 10만 명을 만들었다고 해서 ‘유튜브 구독자 10만 만드는 법’을 알려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는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것이 모두에게 통하는 방법은 아니니까.
그래서 이 블로그의 글도 ‘이렇게 하면 됩니다’보다는 ‘나는 이렇게 해봤습니다’에 가까웠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는 그 기록이 하나의 참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기록하면 다시 이어갈 수 있으니까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보다 계속하는 게 어려울 때가 많다.
처음에는 재미있게 시작했지만 다른 일이 바빠지면서 한동안 손을 놓기도 하고, 다시 돌아왔을 때는 어디까지 했는지조차 가물가물해진다.
기록을 해두면 적어도 어디에서 시작했고, 무엇을 해봤고, 어디에서 막혔는지는 남는다.
잠시 멈추더라도 다시 돌아와 이어갈 지점이 생긴다.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면서 예전에 썼던 글들을 하나씩 살펴본 것도 그랬다. 마음에 들지 않아 지워버린 글도 많았지만, 남아 있는 기록을 보면 그때 무엇을 고민했고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는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어쩌면 나에게 블로그는 완성된 결과를 보여주는 곳이라기보다 계속 무언가를 해나가기 위해 과정을 남겨두는 곳에 더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무엇을 쓸지보다 무엇을 할지
앞으로 이안피니티에는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글들이 계속 올라올 것 같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새로운 기록이 생기고, 하던 일을 계속하면 그다음 이야기가 생길 것이다.
블로그를 채우기 위해 새로운 일을 만들 필요도 없고,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이게 블로그 주제와 맞는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물론 블로그도 잘됐으면 좋겠다.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오고, 수익도 지금보다 커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떤 글을 많이 읽는지 살펴보고, 검색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올 방법도 계속 고민할 것이다.
다만 그 목표 때문에 내가 하는 일의 순서까지 바뀌지는 않았으면 한다.
무엇을 쓸지보다 무엇을 할지가 먼저다.
내가 하는 일들을 계속 기록하면서, 그 기록과 함께 블로그도 조금씩 성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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