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인테리어를 하며
가장 힘들었던 일을 하나만 꼽으라면,
주저 없이 화장실 철거라고 말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큰 어려움 없이
순조롭게 진행했지만,
화장실 철거만큼은
잘못된 선택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가장 강하게 들었다.
철거 비용 협상
숨고를 통해 화장실 철거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했다.
그 당시 철거 인건비가 30~40만 원 정도였는데
여기서 폐기물 처리 비용은 별도다.
폐기물 처리 비용은 30~40만 원 정도로
1톤 차량에 가득 채우는 걸 기준으로 했다.
우연히 유튜브로 철거 과정을 보다가
연락하게 됐는데 자신들의 협회를 통해서 하면
더 저렴하게 해준다길래 OK를 하고
약속을 잡았다.
경력이 5년 미만인 분으로 보내주신다고 하셔서
2, 3년 되셨겠거니 생각했는데
막상 오신 분은 8개월 되신 젊은 분이셨다.
일당은 35만 원, 폐기물 처리는 30만 원 부르셨다.
그런데 타일 폐기물 처리를 도와주는 조건으로
현장에 있던 다른 폐기물도 치워주신다고 하셨다.
현장에 있던 폐기물이 많은 것은 아니라서
뭔가 손해 보는 기분이었지만
화장실 철거를 빨리 끝내고 싶어서
65만 원에 승낙했다.
철거 시작
8시 30분부터 시작해서 5시까지 끝내보자고
화이팅을 외치고 시작!

타일 철거를 옆에서 들으려니
10분도 버티기 힘들었다.
소리와 분진, 진동이 말도 못 하게 심했다.
다른 층에도 그대로 전달될 텐데
육체도 괴로웠지만
심적으로도 괴로웠다.
인테리어 공사를 한다고 몇 달 전부터
각층에 편지와 작은 선물을 전해드리고
화장실 철거 1주일 전에는
큰 소리가 난다는 내용으로
안내장을 붙여놓기도 했었지만,
이 소리를 듣는다면
바로 욕부터 나올 것 같았다.
그렇게 9시간 같은 90분이 지나갔다.
어느새 화장실 벽 하나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생각보다 빨리 마칠 수 있을 것 같아
잠시 마음이 놓였는데, 그것도 잠시….
누군가 문을 부실 것 같이 두들겼다.
이웃과 어색한 만남
도대체 무슨 작업을 하길래
왜 이렇게 시끄럽냐고 언제 끝나냐고 물으시면서
표정은 엄청 화가 나 있으셔도
말씀은 너무나 친절하셨다.
그때 망치를 들고 있어서 그러셨던 걸까.
알 수는 없었다.
이웃의 분노가 당연한 상황이라
허리를 90도 이상으로 접어가며 죄송하다고
최대한 빨리 끝내겠다고 말씀드리며
죄송하다는 말을 수십 번 말했다.
철거 사장님도 경험이 적어서 그런지
이런 상황을 힘들어하는 내색이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으면
바로 작업을 일시 중지하시고 나를 바라보셨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하루 종일 귓가에 맴돌았다고 한다.

바닥에 타일이 수북이 쌓이면
함께 마대에 담았다.
조금이라도 빨리 끝내기 위해
한 사람은 마대에 타일을 담고,
다른 한 사람은 트럭까지 옮겼다.
마대를 채우고 트럭까지 옮기는 작업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20kg쯤 되는 마대 하나를 들고
트럭까지 한 번 다녀오기만 해도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것 같았다.
정신없이 삽질하고 있는데
두 번째 손님이 찾아오셨다.
할머니께서 막 들어오시면서
“집 무너져!!”라며 소리부터 지르셨다.
여기 위험하시니까 들어오지 말라고 막았지만
다른 곳을 보시면서 막무가내로 소리를 지르셨다.
너무 당황해서 죄송하다고를 연발했지만
듣지 않으셨다.
계속 뭘 찾으시길래 뭘 찾으시냐고 물어보니
그제서야 날 보셨다.
“이렇게 공사하면 집 무너져! 책임질 거야?”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최대한 빨리 끝낼게요.
시끄럽게 해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할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었다.
다시 생각해 보면
그분도 갑자기 시작된 엄청난 소음에
자기 집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까
불안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죄송하다는 말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대화는 쉽게 이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무너지면 책임질 거야?”
같은 질문을 몇 번이고 반복하시며
한동안 집 안을 둘러보시다가 돌아가셨다.
정말 힘든 순간이었다.
'오늘은 이런 일이 계속 생기겠구나.'
그렇게 각오할 수밖에 없었다.
화장실 철거를 시작한 지 겨우 2시간.
정신과 몸은 이틀이 지난 것만 같았다.
화장실 안쪽에 턱을 없애야 했는데
그러면서 동시에 타일을 철거하기로 한 일이
잘못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짧은 생각 때문에
여러 사람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무거워지니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점심시간
철거 사장님과 점심 식사를 하러 가는 길에
맞은편 이웃을 만나게 됐다.
보자마자 시끄럽게 해드려 죄송하다는 말이
자동으로 나왔다.
맞은편에 사시는 분은 또 다른 할머니셨는데
“아이고, 소리가 엄청나게 큰 거 보니
많이 힘드시겠어. 욕보셔.”
그 말을 남기고 할머니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이 너무 큰 위로가 됐다.
하루 종일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던 날,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힘들겠다”라는 말을 들었다.
옆에 계셨던 철거 사장님도 감동받으신 듯했다.
오전 내내 함께 항의를 받았던 철거 사장님도
많이 지쳐 보였다.
고생하신 게 마음에 걸려
점심은 근처 맛집에서 대접하기로 했다.
식사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사장님은 철거가 몸도 힘들지만
사람들에게 항의받는 일이 더 힘들다고 하셨다.
그래서인지 이 일은 1년만 채우고
그만둘 계획이라고 하셨다.
그렇게 밥을 10분 만에 먹고
빨리 끝내자며 사장님이 일하러 가자고 보채셨다.
내가 일을 빨리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었다.
쉬는 시간도 없이 일하는 게 좀 아닌 것 같아서
소화도 시킬 겸 좀 쉬자고 해도
빨리 끝내야 할 것 같다며 빨리 가자고 하시는 사장님.
오전에 찾아온 이웃분들이 신경 쓰이셨나 보다.
쉬지도 않으시고 일하시는 모습에
배로 마음이 불편했다.
2인 1조
배가 더부룩한 상태로 삽질을 하려니
조금만 고개를 숙여도
위에서 뭔가 올라올 것만 같았다.
지금부터는 사장님이 타일 철거를 하고
바로 옆에서 마대에 바로 담기 시작했다.

성인 남자 두 명이 있기엔 좁은 공간이고
떨어지는 타일 조각이 꽤 날카롭고
발을 딛기 힘들어 조금은 위험해 보였다.
그래도 빨리 일 처리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삽질만 죽어라 했다.
이날 밤에 씻다 보니 얼굴이나 팔목에
생채기가 꽤 많았었다.
마대를 들고 트럭까지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하면서
시간을 보니 시간이 꽤 지나있었다.
오전에는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 같았는데
오후가 되니 시간이 믿기지 않을 만큼 빨리 흘러갔다.
철거 사장님께 제발 쉬자고 하니
그제야 처음으로 10분 정도 쉬셨다.
또 오셨다
오후에도 다시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해머 드릴 소리가 너무 커서
처음에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거세지자,
작업을 멈췄다.
오전에 왔던 할머니였다.
이번에도 문을 열자마자
“집 무너져!”라고 소리치며 안으로 들어오셨다.
대화는 오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무너지면 어떻게 책임질 거야?”
“벽을 부수는 게 아니라 타일만 제거하는 작업이라
집이 무너질 일은 없어요.”
“네가 어떻게 알아?”
철거 사장님도 긴장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조금 전에는 공사 소리가
멀리까지 들린다고 말씀하셨다.
“혹시 몇 호에 사세요?”
할머니는 대답하지 않고 밖으로 나가셨다.
어디로 가시는지 지켜보니
같은 건물이 아니라
약 30미터 떨어진 다른 건물로 들어가셨다.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이웃분들께 여쭤보니
근처에서 고물을 모으는 분인데
한 성경 하시는 분이니 조심하라고 하셨다.
왜 그렇게 집 안으로 들어와
여기저기를 둘러보셨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철거 사장님도 이상하게 느끼셨는지
다음에 또 찾아오시면
그냥 작업을 계속하자고 하셨다.
결국 그게 빨리 끝내고
소음을 멈추는 방법일 것 같았다.

타일이 군데군데 조금씩 남아 있었지만
해머 드릴을 쓰는 게 극도로 예민해져서
그냥 일을 멈췄다.
이젠 체력 싸움만 남았다.
온몸은 흙먼지와 땀이 섞여서
시멘트 반죽처럼 되어가고 있었다.
4시 반쯤 화장실은 깨끗하게 비워졌다.
화장실 안쪽에 턱이 있던 바닥 자리만 철거하고
나머지 바닥은 그대로 뒀다.
이미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쳤지만
원래 턱이 있던 자리와 나머지 바닥과
높이가 달라질 것 같아서 그대로 두기로 했다.
방수는 다시 할 건데 지금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당장 샤워하고 눕고 싶었다.
철거 사장님도 많이 힘들어 보이셨다.
너무 고생 많으셨다고 생수를 건네드리며
마무리하려고 하는데
너무 힘들어서 돈을 더 받으셔야겠다는
철거 사장님.
하루 종일 같이 고생했기 때문인지
어느 순간부터는
단순히 일을 맡긴 사람이라는 느낌보다
함께 이 하루를 버틴 동료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마지막에 너무 힘들었다며
비용을 조금 더 받아야겠다고 하셨을 때는
솔직히 조금 섭섭한 마음도 들었다.
그래도 오늘 하루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었기에
5만 원을 더해 70만 원을 드렸다.
철거 뒤처리
집 안 전체에 쌓인 먼지는 상상을 초월했다.
조금만 걸어도
바닥의 흙먼지가 피어오르는 게 보였다.

철거를 끝낸 화장실은
영화 속 감옥 같은 느낌이었다.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식물.

하루 종일 망치를 놓았던 자리.

5시 30분.
이웃분들 퇴근해서 집에 오시기 전에
계단부터 청소해야 했다.
아내를 급하게 불러 같이 청소하고
선물을 사서 이웃분들께 죄송하다며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다.
화장실 철거 소음을 옆에서 들어보니 말 몇 마디로는
상대방의 화가 풀리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도 무시하는 것과 얼굴을 보고 사과하는 건 다르니까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면 직접 찾아가 사과해야겠다.
집에 돌아와 옷을 벗는데 몸 여기저기에서
작은 타일 조각이 우수수 떨어졌다.
그제야 정말 하루가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 정말 힘든 하루였다.
셀프 인테리어를 시작하기 전에는
직접 하면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직접 한다는 건
공사만 직접 한다는 뜻이 아니었다.
먼지를 치우는 일도,
폐기물을 버리는 일도,
이웃에게 양해를 구하는 일도,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겼을 때 판단하는 일도
모두 내가 감당해야 하는 일이었다.
화장실 철거를 끝낸 그날에서야
‘직접 한다’라는 말의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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