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막 느껴지기 시작하던,
어느 해 여름 아침이었다.
열심히 일하겠다는 마음으로 기분 좋게 컴퓨터를 켰다.
그런데 어제 밤까지 잘 연결되어 있던 외장하드가
갑자기 인식되지 않았다.
단순한 오류겠거니 생각하며 재부팅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아아ㅏㅏㅏㅏㅏㅏ!!!!!!
8년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20TB 외장하드였다.
그 안엔 윈터웨일 영상 작업 파일과
영상에 쓰려고 녹음해 온 소리 원본들이 통째로 들어 있었다.
8년간 모아온 소리가 전부 거기 있었다.
순간 멘탈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뇌는 자동으로 위기 대처 모드를 가동했다.
그 순간, 해야 할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순식간에 계산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당장 마감해야 할 작업은 데스크탑에 있었다.
하지만 지난 8년은 저 안에 있었다.
다행히 발등의 불은 꺼져 있었다.
최악의 상황에도 희망은 있는 법.
일단 진정하기 위해 밥을 먹었다.
세상이 멸망하는 건 아니니까
배를 채우고 생각해 보기로 했다.
탄수화물 버프를 받고 2시간쯤 지나
본격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다.
기본 디스크 검사 유틸리티를 돌려보고,
여러 복구 프로그램도 이것저것 시도해 봤지만
외장하드는 인식됐으나
드라이브가 활성화되진 않았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8TB 외장하드를 7~8년 가까이 사용하다가
용량이 부족해져 20TB 외장하드로 교체했었다.
8TB에 비해 20TB는 훨씬 더 예민했던 모양이다.
데스크탑에 늘 연결해 두고,
내장 저장장치처럼 거침없이 사용했다.
사용한지 오래된 8TB 외장하드가
별다른 문제 없이 잘 버텨준 탓에
나도 모르게 안일해져 있었던 것 같다.
외장하드에 백업을 해두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데스크탑 처럼 사용한거나 마찬가지였다.
HDD가 왜 고장 나는지 찾아봤다.
원인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1. 물리적 충격
2. 케이블 불량·연결 문제
3. 불안정한 전원 공급
4. 파일 시스템 손상
5. 디스크 노화 (배드 섹터)
6. 펌웨어·칩셋 문제
하나씩 짚어보니, 내 경우엔 대부분 해당이 없었다.
남는 건 하나, 불안정한 전원 공급이었다.
그러고 보니 짚이는 게 있었다.
20TB쯤 되는 대용량은 정밀한 부품 덩어리라
미세한 전압 요동에도 쉽게 충격을 받는다고 한다.
그런데 가정용 전기가 생각보다 안정적이지 않다는 걸
이때 처음 알았다.
외장하드는 쓸 때만 잠깐 연결했어야 했는데
늘 켜둔 채로 살았다.
데이터를 외장하드에서 직접 작업하고,
무거운 렌더링까지 아무렇지 않게 돌렸다.
이게 결정적이었던 것 같다.
복구비를 알아보다 기절할 뻔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판단하고
복구 업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복구 가격이 무서울 정도였는데
기본 20만 원에서 시작해서
5GB당 5만 원씩 올라간다고 했다.
잠깐, 10TB면…
1TB가 1,000GB니까…
1억???
계산이 틀렸겠지.
설마 1억일 리가 없잖아.
고용량은 따로 문의하라니 아마 조정이 있을 거다.
그래, 그렇겠지.
여러 복구 업체를 찾아봤지만
후기가 좋지는 않았고 업체별 가격 차이가 너무 컸다.
이제는 부정을 넘어 분노 단계였다.
구매한 지 1년도 안 됐는데 고장이라니.
씨게이트를 단단히 잡도리해야겠다.
따지러 갔다가 반해버렸다 - 씨게이트 복구 시스템
항의할 곳이 없나 사이트를 뒤지다가
데이터 복구 서비스라는 걸 발견했다.
으응??
나 그동안 뭘 한 거지??
따지러 들어왔다가
해결책을 주워 나가는 꼴이었다.

외국 회사라서 이런 게 없을 줄 알았는데
씨게이트를 너무 무시했나보다.
제조사가 직접 복구해주고,
그것도 무상으로.
심지어 예전엔 외국으로 보냈다는데
지금은 국내에서도 복구가 된다고 했다.
업계유일이라니... 씨게이트에 반해버렸다.
미안해 씨게이트❤️
이제 내 20TB 외장하드를 살려줘.
복구 서비스 하나에 이렇게 풀리다니,
나도 참 단순하다.
이제 보내기만 하면 된다 - 서비스 신청 및 절차
3년 이내 1회 보장해 주는
“레스큐 데이터 복구 서비스”는
씨게이트 공식사이트에서 신청할 수 있다.

https://www.seagate.com/kr/ko/support/data-recovery-services/#crsi

- 드라이브의 복구 서비스 기간이 아직 유효한지 확인합니다.
- 데이터 복구 요청을 제출하세요. 승인이 되면 라벨이 귀하의 이메일로 전송됩니다.
- 데이터 복구를 위해 기기를 당사로 보냅니다.
- 언제라도 복구 상태를 온라인에서 추적할 수 있습니다.
- 데이터가 성공적으로 복구되면 외장 스토리지 장치에 암호화된 형식으로 저장됩니다.

아쉽게도 궁금한거를 물어보려고 해도
국내 서비스 담당팀은 없었다.
예전에는 국내 서비스 담당팀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졌다고 한다.
사이트를 유심히 보다 보니
국내 복구 협력업체 정보를 찾을 수 있었다.

● 한국 고객은 한국 내 Seagate 공인 파트너인 (주)데이터큐브로 배송하고 배송비를 지불해야 합니다.
◦ ㈜데이터큐브
◦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중앙로248번길 40, 416호 (우: 16512)
◦ 연락처: 031-211-2911

전화해 보니 복구 절차를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셨다.
신청을 마치면 사례 번호를 받을 수 있고
이 번호로 진행 과정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 차례는 외장하드를
공인 파트너사인 “데이터큐브”에 택배를 보내기만 끝!
외장하드를 보내고

충격 없게 보내려고 포장을 하다보니
박스가 너무 커졌다.
금요일 7시가 넘는 시간이었는데
빠르게 보내려고 CU편의점 택배를 이용했다.
토요일 낮에 수거해서 월요일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한다.
편의점 택배를 처음 사용해보는데 간편하고 빨라서 좋았다.
하루가 마치 이틀 같았다.
처음부터 씨게이트 사이트 봤더라면
일처리가 훨씬 빨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헤매는 과정에서 알게 된 게 많았다.
복구에는 시간이 걸릴 거다.
그동안 백업이란 걸 좀 제대로 공부해보기로 했다.
생각해보면 우습다.
외장하드에 백업을 해뒀다고 믿었다.
그런데 백업은 그 한 대가 전부였다.
복사본이 어딘가 더 있어야 백업인데,
8년치를 한곳에 쌓아두고
그걸 백업이라 부르고 있었다.
이제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것뿐이다.
복구 성공률은 높다고 했지만,
내 8년이 정말 돌아올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외장하드를 보낸 뒤에도
습관처럼 Finder를 열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그 자리에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백업을 잃고 나서야
백업이 뭔지 배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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