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막 느껴지기 시작하던 어느 날 아침이었다. 열심히 일하겠다는 마음으로 기분 좋게 컴퓨터를 켰는데, 어젯밤까지 잘 연결되어 있던 외장하드가 갑자기 인식되지 않았다.
단순한 오류겠거니 생각하며 재부팅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아아ㅏㅏㅏㅏㅏㅏ!!!!!!
8년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20TB 외장하드였다. 유튜브 영상 작업 파일부터 영상에 쓰려고 하나씩 녹음해 온 소리 원본까지, 지난 8년간 쌓아온 것들이 통째로 들어 있었다.
순간 멘탈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뇌는 자동으로 위기 대처 모드를 가동했다. 당장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빠르게 계산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당장 마감해야 할 작업은 데스크탑에 있었다. 오늘의 작업은 계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8년 치가 저 안에 있었다.
일단 진정하기 위해 밥을 먹었다. 세상이 멸망하는 건 아니니까, 배부터 채우고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두 시간쯤 지나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제 본격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볼 차례였다.
기본 디스크 검사 유틸리티를 돌려보고, 여러 복구 프로그램도 시도해 봤다. 외장하드 자체는 인식됐지만 드라이브를 마운트할 수는 없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데스크탑에 늘 연결해 두고, 내장 저장장치처럼 거침없이 사용했다. 이전에 쓰던 8TB 외장하드가 오랫동안 별다른 문제 없이 잘 버텨준 탓에 나도 모르게 안일해져 있었던 것 같다.
외장하드에 백업해 두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또 하나의 작업용 저장장치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HDD가 왜 고장 나는지 찾아봤다. 원인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1. 물리적 충격
2. 케이블 불량·연결 문제
3. 불안정한 전원 공급
4. 파일 시스템 손상
5. 디스크 노화 (배드 섹터)
6. 펌웨어·칩셋 문제
하나씩 짚어봤지만 정확한 원인을 특정할 수는 없었다.
그러다 데이터 복구 업체 직원에게 마음에 걸리는 이야기를 하나 들었다. 불안정한 전원 공급도 HDD 고장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외장하드는 데스크탑에 항상 연결되어 있었다. 데이터를 그곳에서 직접 불러와 작업했고, 무거운 렌더링을 돌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전원도 계속 연결된 상태였다.
실제로 전원 문제가 이번 고장의 원인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 나니 그동안 한 번도 신경 쓰지 않았던 전원 환경이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었다.
나는 외장하드를 너무 믿고 있었다.
복구비를 알아보다 기절할 뻔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판단하고 복구 업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복구 가격이 무서울 정도였는데 기본 20만 원에서 시작해서 5GB당 5만 원씩 올라간다고 했다.
잠깐, 저장된 데이터만 대략 10TB라고 치면…
1TB가 1,000GB니까…
1억???
계산이 틀렸겠지.
설마 1억일 리가 없잖아.
고용량은 따로 문의하라니 아마 조정이 있을 거다.
그래, 그렇겠지.
여러 복구 업체를 찾아봤지만 후기가 좋지는 않았고 업체별 가격 차이가 너무 컸다. 이제는 부정을 넘어 분노 단계였다. 구매한 지 1년도 안 됐는데 고장이라니.
씨게이트를 단단히 잡도리해야겠다.
따지러 갔다가 반해버렸다
항의할 곳이 없나 사이트를 뒤지다가 데이터 복구 서비스라는 걸 발견했다.
으응??
나 그동안 뭘 한 거지??
따지러 들어왔다가 해결책을 주워 나가는 꼴이었다.

제조사가 직접 제공하는 복구 서비스였고, 내 제품은 보장 기간도 남아 있었다. 게다가 국내 공인 파트너를 통해 접수할 수 있었다.
미안해 씨게이트 ❤️
이제 보내기만 하면 된다
3년 이내 1회 보장해 주는 “레스큐 데이터 복구 서비스”는 씨게이트 공식사이트에서 신청할 수 있다.

https://www.seagate.com/kr/ko/support/data-recovery-services/#crsi

- 드라이브의 복구 서비스 기간이 아직 유효한지 확인합니다.
- 데이터 복구 요청을 제출하세요. 승인이 되면 라벨이 귀하의 이메일로 전송됩니다.
- 데이터 복구를 위해 기기를 당사로 보냅니다.
- 언제라도 복구 상태를 온라인에서 추적할 수 있습니다.
- 데이터가 성공적으로 복구되면 외장 스토리지 장치에 암호화된 형식으로 저장됩니다.
사이트를 유심히 보다 보니 국내 복구 협력업체 정보를 찾을 수 있었다.
현재 씨게이트 공식 사이트에서는 한국어 기술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제품이나 기술 관련 문의가 있다면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KST)까지 한국어 채팅 상담을 이용할 수 있다. 이 글을 작성할 당시와 현재의 지원 방식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https://www.seagate.com/kr/ko/contacts/

● 한국 고객은 한국 내 Seagate 공인 파트너인 (주)데이터큐브로 배송하고 배송비를 지불해야 합니다.
◦ ㈜데이터큐브
◦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중앙로248번길 40, 416호 (우: 16512)
◦ 연락처: 031-211-2911

전화해 보니 복구 절차를 친절하게 안내해 주셨다. 신청을 마치면 사례 번호를 받을 수 있고 이 번호로 진행 과정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외장하드를 공인 파트너사인 데이터큐브에 보내면 끝!
8년 치를 택배로 보냈다
혹시라도 충격을 받을까 열심히 포장했더니 박스가 너무 커졌다.

이미 금요일 저녁 7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보내려고 CU 편의점 택배를 이용했다. 토요일 낮에 수거하면 월요일에 도착할 수 있다고 했다. 처음 사용해 봤는데 생각보다 간편하고 빨랐다.
하루가 마치 이틀 같았다.
처음부터 씨게이트 사이트를 봤더라면 훨씬 빨리 해결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헤매는 과정에서 알게 된 게 많았다.
복구에는 시간이 걸릴 거다. 그동안 백업이란 걸 좀 제대로 공부해보기로 했다.
생각해 보면 우습다. 외장하드에 백업을 해뒀다고 믿었다. 그런데 백업은 그 한 대가 전부였다. 복사본이 어딘가 더 있어야 백업인데, 8년치를 한곳에 쌓아두고 그걸 백업이라 부르고 있었다.
이제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것뿐이다. 복구 성공률은 높다고 했지만, 내 8년이 정말 돌아올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외장하드를 보낸 뒤에도 습관처럼 Finder를 열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그 자리에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백업을 잃고 나서야 백업이 뭔지 배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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