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그 여름
더위를 먹어서 그랬는지,
열정이 넘쳐서 그랬는지 알 수 없었다.

거실 천장을 철거할 때쯤이었다.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
짧은 순간이지만 패닉이 올 것만 같았다.
정신을 부여잡고 처음으로 돌아갔다.
원래 왜 이러기로 했는지.
이 집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전기였다.
차단기 하나에 에어컨을 제외한 모든 전열 기구가 연결돼 있었다.
주방에서 전기를 조금만 써도 금방 한계에 달했을 것이다.
차단기를 늘리려면 배선 작업이 필요했고,
그러려면 어차피 천장을 뜯어야 했다.
뜯는 김에 새로 만들기로 했다.
겨울을 따뜻하게 나려면 단열도 필요했다.
벽 안쪽에 단열재를 넣기로 했다.
뭔가를 결정할 때 이유야 늘 많았다.
이왕 하는 거, 지금 아니면 못 할 것들이기에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싶었다.
문제는 "할 수 있는 것"이
사실 아무것도 없었다는 점이다.
해본 적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객기에 가깝다.
알고 있었다.
그래도 했다.
그래서 서울시 집수리 아카데미 수업을 신청했다.

주 2일씩, 4주.
수업 전까지 철거를 최대한 진행하기로 했다.
겹겹이 쌓인 벽지


먼저 방에서 짐을 다 빼냈다.
아무것도 없는 방을 보니 생각보다 꽤 넓었다.
역시 방에 무엇을 어떻게 놓느냐가 중요했다.


1차는 손으로 그냥 뜯었다.
벽지가 2~3겹이나 쌓여 있어서,
그냥 뜯기만 해도
100리터 쓰레기봉투가 몇 번이나 꽉 찼다.
스마토(Smato) 스크래퍼 SM-S600
어느 정도 뜯고 나니 손으로 잘 안 떨어지는 것들만 남았다.
그때 꺼낸 게 스마토 스크래퍼 SM-S600이었다.
칼날로 긁으니 훨씬 빠르게 떨어졌다.
다만 일자 형태 칼날이라 구석구석 세밀하게 제거하기는 힘들었다.
결국 철 수세미로 문질러서 마무리했다.



인터넷에서 본 것들도 따라 해봤다.
특정 세제를 뿌리거나
전용 용액을 사용하는 방법들이었는데,
물 뿌리고 철 수세미로 문지르는 것과 별 차이를 못 느꼈다.
가려져 있던 창문

주방은 원래 이런 모습이었다.
내 손으로 부수기 시작했다

천천히 분해할 수 있는 것들부터 분해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상부장을 떼어내자 창문이 나왔다.


창문은 생각보다 컸다.
창문으로 봐선 원래 주방 자리가 아니었나 보다.
싱크대를 분해하면서
싱크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배울 수 있었다.
나중에 싱크대도 만들어볼까?
시간만 된다면 그러고 싶다.




타일은 원래 제거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일자 드라이버가 타격할 수 있는 구조라
살짝 쳐봤더니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타일도 제거해버렸다.



타일은 "타지 않는 쓰레기 전용 봉투"에 넣어서 버렸다.
편의점에서 살 수 있었다.

생각보다 주방 철거는 빠르게 끝났다.
생각보다 수월했던 천장 철거



천장을 뜯기 시작했다.
합판을 걷어내니 각목이 드러났다.
쾌쾌한 냄새가 올라왔다.
30년은 된 나무니까 충분히 그럴 것 같았다.
쇠 지렛대를 빈틈에 밀어 넣고
벌리고, 꺾고, 당기는 것을 반복했다.
위를 향해 계속 힘을 쓰다 보니
경추랑 어깨에서 신음소리가 절로 났다.
나중에 천장을 다시 만들 때도
경추에 무리가 많이 갈 것 같다.


화장실 천장을 보니 각목으로 골조를 만든 구조였다.
요즘은 이렇게 만들지 않는다.
ABS 천장재를 타일에 걸치기만 하면 끝이다.
직접 철거를 해보니 과거의 방식을 눈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부수는 건데도 배우는 게 있었다.


막상 해보니 큰 어려움 없이 철거할 수 있었다.
처음에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수월했다.
다음 철거는…

철거가 끝난 공간을 바라봤다.
영화에서 볼 법한 감옥의 모습 같았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잘한 걸까?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을까?
힘들게 철거를 해놓고
오히려 사고를 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텅 빈 공간은,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다음은 화장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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