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이 집에서의 첫날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쳤다.
‘그 사람만 아니었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그 일만 아니었더라면 지금쯤 공사는 이미 끝나 있었을 거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지난 일을 되새겨봤자 나만 손해다.
얼른 털어내고 정신 차려야겠다.

인테리어 공사는 아직도 한참 멀었고,
밤을 새우며 작업했지만 결국 이사 일정을 맞추지 못했다.
주문한 이삿짐 박스도 부족했고
이삿짐 센터의 박스를 반납하고 나니
짐이 어디에 뭐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지경이 됐다.
너무 피곤해서 며칠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만 자고 싶었다.

하하…
헛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어떻게든 이사는 했다.
보일러는 잘 돌아갔고,
12월의 추위 속에서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순간은 그나마 충분히 괜찮았다.



2022년 7월, 줄자를 처음 들던 날

하필이면 가장 더운 시기에 공사를 시작하게 됐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던 날씨였다.
‘왜 나는 이런 고생을 굳이 사서 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잠시 스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공간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든다는 생각만으로도
이상할 만큼 가슴이 뛰었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괜히 들떠 있었다.
아이디어를 떠올리려면 먼저 실측부터 해야 했다.
그래서 줄자를 들고 현장으로 갔다.

이 집은 아내의 외할아버지가 오래 살았던 집이었다.
시간이 쌓여 있는 공간.
그 사실만으로도 이 집은 조금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더, 멋지게 만들고 싶었다.



막막했던 시작

막상 줄자를 들고 서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실측’이라는 단어도 아직 어색한데
내가 그걸 하겠다고 줄자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다.

전날 밤,
유튜브로 예습을 하면서
보면 볼수록 “집도 지을 수 있겠네?”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유튜브에는 없는 게 없었다.
많은 영상을 보며 느낀 점은
인테리어는 줄자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실측이 중요했다.





이 집의 처음 모습

현관에서 바라본 주방
주방에서 바라본 거실과 현관문
거실 창문
큰방
큰방
작은방
베란다
화장실
배전함

이 집은 2베이 구조로
현관에 들어서면 거실과 주방이 한눈에 들어온다.
원래 주방 자리는 작은 방이었는데
이전 집주인이 방 하나를 없애고
주방으로 바꿨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현관에서 주방까지
한 번에 보이는 열린 구조가 조금 아쉬웠다.
이 부분을 어떻게 바꿀지,
아직은 명확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창문이 많아 빛이 잘 들어오는 점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식물을 키우기에도 딱 좋은 공간이었다.

아직 가구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정확한 실측은 어려웠지만,
가구 배치와 전자제품 위치를 정하려면 기본 도면은 필요했다.
그래서 완벽하지는 않아도 일단 실측을 진행했다.


💡
실측은 가능하면 철거를 마친 후에 하는 게 가장 정확하다. 오래된 집일수록 벽 쪽 바닥이 더 높아지는 경우가 많아서, 한 지점만 재는 것보다 여러 곳을 나눠서 측정하는 게 좋다. 집은 생각보다 수직, 수평이 맞지 않는다. 그래서 목공 작업을 하면서 조금씩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략적인 실측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도면을 그릴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앞으로 이 공간이 어떤 모습으로 바뀌게 될지 기대됐다.
그 생각만으로도 충분히 설레었다.

화창한 하늘이 마치 내 기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