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 인테리어 공사를 준비하면서 틈틈이 철거를 진행했다. 처음에는 막막하기만 했던 작업도 하나씩 해나가다 보니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이제 남은 철거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인테리어 시공으로 넘어갈 때가 됐다.



큰방 철거

작은방과 거실을 철거했던 것처럼 큰방도 같은 방법으로 작업했다. 몇 번 해봤다고 처음보다 손이 빨라졌고,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도 줄었다.


하지만 벽을 뜯어내고 드러난 모습은 예상과 달랐다. 표면은 울퉁불퉁하고 지저분했다. 심지어 벽 곳곳에서 스티로폼이 보였다. 단열재로 사용한 것 같았지만 왜 밖으로 드러나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단열재가 보인다는 사실 자체가 왠지 문제처럼 느껴졌다.

이 공간을 어떻게 사람이 사는 집으로 만들 수 있을까.

철거를 하면 할수록 집의 상태가 드러났고,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걱정도 늘어갔다.


철거가 끝나면 쌓인 폐기물을 치우는 일도 기다리고 있었다. 힘든 작업이었지만, 쓰레기를 모두 치우고 텅 빈 공간을 바라볼 때면 왠지 모를 상쾌함이 밀려왔다.



문틀 제거

이제 문틀을 제거할 차례다.


문틀은 사방으로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었다. 유튜브에서 찾아보니 멀티 커터로 문틀 일부를 자른 뒤, 쇠 지렛대(빠루)를 틈에 넣어 벌리고 들어 올리면서 제거하면 된다고 했다.

모르는 게 생길 때마다 유튜브를 찾아보고, 배운 대로 따라 하면서 작업을 이어갔다.


그런데 문틀을 들어 올리려고 앞쪽 장판을 걷어내자 예상하지 못한 광경이 나타났다.

바닥이 왜 이러지?

손으로 조금만 들어 올려도 바닥이 부서져 떨어질 정도였다. 오래된 집이라 그런 걸까. 당황스러운 마음으로 바닥을 살펴보는데 갈라진 틈 사이로 무언가 보였다.

그런데 이 호스는…?

보일러 배관이었다!!


하마터면 문틀을 자르다가 배관까지 잘라버릴 뻔했다. 다행히 눈으로 확인했을 때 손상된 부분은 없어 보였다.

휴….


그런데 문제는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문틀 아래에는 빈 공간이 많았고, 주변 바닥도 여기저기 갈라져 있었다.

유튜브에서 문틀 제거 영상을 그렇게 많이 봤는데, 이런 상황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오래된 집은 원래 이런 건가?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문틀 아래가 비어 있는 상태에서 오랫동안 힘을 받아 바닥이 갈라진 게 아닐까 싶었다.


한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연자실했다.

일단 바닥 문제는 잠시 미뤄두고 남은 문틀부터 제거하기로 했다.


막상 해보니 문틀 제거는 천장 철거보다 훨씬 수월했다.

유튜브에서 배운 방법도 효과가 있었다. 다만 문틀 하단을 자르기보다는 좌우를 잘라내는 편이 내 작업 상황에서는 더 편하게 느껴졌다.

문틀을 모두 제거한 뒤에는 갈라진 바닥을 어떻게 보수할지 알아봤다. 여기저기 수소문해 보니 생각보다 큰 문제는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전동 드릴에 교반 날을 끼워 반죽하는 중

결국 몰탈로 빈 공간을 채우기로 했다.

지난번 움푹 패인 벽을 보수할 때는 교반 날 없이 몰탈을 반죽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재료도 잘 섞이지 않아 작업을 마치고 바로 교반 날을 주문했었다.

이번에는 전동 드릴에 교반 날을 끼워 사용해 봤다. 확실히 달랐다. 빠르게 섞였고 힘도 훨씬 덜 들었다. 이번처럼 소량의 몰탈을 반죽할 때는 별도의 교반기 없이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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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완전히 평평하게 마감할 자신은 없었다. 그래서 최종 바닥 높이보다 약 1cm 낮게 채우고, 나중에 자동 수평 몰탈로 마감하기로 했다.


배관 주변과 바닥의 빈 공간에 재료가 골고루 들어가도록 신경 쓰면서 조금씩 채워 넣었다.


끝!


너무 빠르게 마르면 갈라질 수 있다고 해서 비닐을 덮어두었다.

걱정했던 바닥을 직접 보수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놓였다.





현관 철거

작은방 문틀을 제거하다 보니 예상하지 못하게 현관까지 손대게 됐다.


문틀을 떼어내고 나서야 현관 바닥의 경계가 기존 문틀보다 거실 쪽으로 조금 더 튀어나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선 현관에 설치된 철제 문턱과 타일을 제거했다. 작업하면서 현관의 크기를 그대로 유지할지 고민했다.

주방에 붙어 있던 타일을 제거해 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현관 타일은 생각보다 빠르게 떼어낼 수 있었다.


디월트 아토믹 레이저 레벨기

결국 문틀이 있던 위치에 맞춰 현관을 조금 줄이기로 했다. 어차피 두 사람이 사는 집이기도 하고, 이 정도 공간을 줄인다고 해서 크게 불편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철거했던 문틀을 재활용해 거푸집처럼 만들고, 레이저 레벨기로 위치를 확인했다. 몰탈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틈도 막아줬다.


준비가 끝난 뒤 몰탈을 반죽해 부었다.

집수리 아카데미에서 미장까지 배웠으면 좋았을 텐데.

바닥을 반듯하게 마감할 자신이 없어서 이번에도 필요한 부분을 채우는 데 집중했다. 최종 마감은 나중에 수평 몰탈로 할 생각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문틀을 제거하려던 작업이었는데, 어느새 현관의 크기까지 바꾸고 있었다.



지긋지긋한 곰팡이 제거

철거를 마무리하면서 마지막으로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었다. 벽지를 제거하면서 발견한 곰팡이였다.

그냥 두고 넘어갈 수는 없었다.


곰팡이를 어떻게 제거해야 할지 찾아보니 직접 약품을 만들어 사용하는 방법부터 전용 제거제를 사용하는 방법까지 다양했다. 그중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방법을 선택했다.

찾아봤을 땐 제거제를 사용한 뒤 깨끗하게 닦아내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했다.


곰팡이로 의심되는 부분에 제거제를 뿌렸다. 락스 냄새가 생각보다 강했다. 환기가 필수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홈스타 뿌리는 곰팡이 싹

냄새만 맡으면 곰팡이가 전멸할 것 같았다.

사용한 제품은 홈스타 곰팡이 제거제였다. 제품 설명에는 뿌린 뒤 30분 정도 지나 닦아도 된다고 되어 있었지만, 당시에는 조금 더 오래 두면 효과가 좋지 않을까 싶어 한 시간 정도 기다렸다. 하지만 제거제는 제품에 표시된 사용 방법을 따르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이후 깨끗한 물로 여러 번 닦아냈다.

제품을 테스트해 볼 겸 욕실에도 사용해 봤는데,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곰팡이는 흔적도 없이 지워졌다. 하지만 시멘트벽에 오래 남아 있던 거뭇한 흔적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아쉬웠지만 당장 할 수 있는 작업은 여기까지였다.



셀프 철거를 마치며

내가 살 집이라고 생각하니 작은 부분도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다.

한 번이면 끝날 작업을 다시 살펴보고, 조금이라도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으면 손을 더 댔다. 그러다 보니 금방 끝날 것 같았던 일도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게다가 블로그에 기록을 남기겠다고 작업 중간중간 사진까지 찍었다. 사진을 찍느라 작업이 늦어질 때도 있었고, 정작 기록하고 싶었던 순간에는 정신이 없어 카메라를 꺼내지 못하기도 했다.

공사도 처음이고, 그 과정을 기록하는 일도 처음이었다. 모든 게 어설펐다.

그래도 직접 공간을 만들어간다는 느낌은 정말 짜릿했다.

철거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 집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막막했다. 그런데 이제는 텅 빈 공간을 바라보며 무엇을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됐다.

서툴더라도 끝까지 직접 완성해 보고 싶었다.

이제 비우는 작업은 끝났다.

다음은 이 공간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