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에 퇴근하고 오후 2시에 다시 출근했다. 출근인지 퇴근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이러기를 몇 주째,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머릿속에는 온통 프로젝트 생각뿐이었다. 온몸의 감각은 무뎌질 대로 무뎌져 있었고, 이렇게 죽어가는 건가 싶을 정도로 삶을 놓아버린 사람 같았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열심히 사는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냥 주어진 일을 할 뿐이었다. 그 일을 대신 해줄 사람은 없었고, 포기라는 말이 뭔지도 모를 만큼 앞만 보고 좀비처럼 걷고만 있었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서야 다시 살아있다는 감각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 순간, 다시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함께 막연하게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뭘 찾아야 할지도 몰랐다. 그저 나를 살게 해줄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을 향해 다시 좀비가 되더라도 걷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다짐을 잊었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다시 다짐했다. 그렇게 수십 번을 반복했다. 그러던 중, 끝이 보이지 않던 반복 속에서 삶의 방향을 바꿔준 사람을 만나 결혼했다. 그제야 다짐들을 하나씩 꺼냈다. 남들이 정해놓은 길이 아닌, 내가 고른 방향이었다. 나만의 가정이 생겼고, 나만의 일이 생겼다. 그렇게 다시 좀비가 되어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방향이 내 것이었다.
쓰러질 것 같아도 잘 참았다. 참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삶을 살아온 나에게 인내심은 특별한 능력이 아니었다. 숨을 쉬어야 사는 것처럼, 그냥 기본적인 것이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새벽 2시까지 나만의 일에 집중했고, 결혼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것을 바꿨다.
그 시절, 유튜브를 한다고 하면 "돈 쉽게 벌려고 하네", "그렇게 벌어야겠냐"는 말이 돌아왔다. 한 달에 7만 원을 버는 사람한테.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손가락질하는 걸까. 사람들의 시선은 싸워야 할 무언가처럼 느껴졌고, 그래서 홀로서기를 선택했을 때는 되도록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내 선택을 지키기 위해.
자기 삶의 방식이 정답이고 다른 길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전엔 그런 말이 답답하고 화가 났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르게 보인다.
어쩌면 그들도 나처럼 좀비였던 건 아닐까. 삶이 너무 지치고 괴로워서, 다른 방향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는 상태. 포기할 수도, 멈출 수도 없어서 그냥 앞만 보고 걷는 것.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생각하면 손가락질이 아니라 안타까움이 먼저 든다. 나는 운 좋게도 내 방식을 찾았을 뿐이다. 완성된 삶이어서가 아니라, 내가 고른 방향이기 때문에 지금 이 걸음이 나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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