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olbox에는 내가 직접 사용해 온 도구들을 기록하려고 한다. 일을 하며 사용하는 장비부터 평소 즐겨 사용하는 물건과 앱까지, 오래 사용하면서 느낀 것들을 하나씩 남겨볼 생각이다.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처음 구입한 녹음 장비는 9만 원, Zoom H1이었다.
처음에는 그것만으로 충분했지만, 만들고 싶은 소리가 많아지면서 필요한 장비도 하나씩 늘어났다. 장비를 바꿀 때마다 좋아진 점도 있었지만, 오래 사용하면서 알게 된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이 글에서는 2016년부터 Winter Whale의 콘텐츠를 만들며 직접 사용해 온 녹음 장비들을 정리했다. 어떤 이유로 구입했고, 실제로 사용해 보니 무엇이 좋았고 아쉬웠는지를 중심으로 담았다.
녹음 장비를 처음 구입하거나 다음 장비를 고민하고 있다면, 이 경험들이 선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ZOOM H1
구입 일시: 2016년 8월
구입 가격: 약 90,000원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소리를 따로 녹음하기 위해 구입한 첫 번째 레코더다.
현재는 H8을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어 자주 꺼내지는 않지만, 가볍게 들고나가고 싶을 때 가끔 사용하고 있다.



지금보다 레코딩에 대해 훨씬 모르던 초반 3~4년 동안은 이것만 사용했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구입한 녹음 장비 중 가장 가성비가 좋았다.
H1으로 100개가 넘는 영상을 만들었고, 지금의 Winter Whale 채널이 있기까지 가장 오래 곁을 지켜준 도구였다.
주머니에 넣고 다닐 정도로 작고 가벼워서 사용하기 편했다.
게다가 레코더에 마이크가 달려 있어서 별도의 장비를 연결할 필요 없이 꺼내서 전원을 켜면 바로 녹음할 수 있다.


당시 사용하던 스마트폰으로 녹음하는 것보다 확실히 좋은 소리를 들려줬다.
처음 전용 레코더를 사용해 본 나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다양한 작업물을 접하면서 조금씩 부족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특히 공간의 소리를 담을 때는 소리가 다소 거칠고 뭉개지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도 가까이에서 나는 소리는 마이크 위치만 잘 잡으면 꽤 괜찮게 녹음할 수 있었다.
하단의 삼각대 나사산이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는 것도 아쉬웠다.
오래 사용하지 않았는데 나사산이 뭉개져 이후에는 삼각대에 고정하기 어려워졌다.
ZOOM H8 + XYH-6
구입 일시 : 2022년 6월
구입 가격 : 588,000원
콘텐츠 음질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어서 구입했다.
원래 H6를 사려고 했는데 몇만 원만 더 내면 H8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이벤트를 하고 있어서 그 꼬임에 넘어갔다.
처음에는 저렴하게 사서 좋아했지만, H6보다 크고 무거운 데 비해 내가 사용하려던 용도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워, 한동안은 H6를 살 걸 그랬나 싶기도 했다.



H8은 상단의 마이크 캡슐을 용도에 따라 교체해서 사용할 수 있고, 기본으로 XYH-6 스테레오 마이크 캡슐이 포함되어 있다.
XYH-6는 두 개의 지향성 마이크를 서로 각도를 두고 가까이 배치하는 XY 방식의 스테레오 마이크다.
두 마이크의 각도를 90°와 120°로 조절할 수 있어서 녹음하려는 공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90°에서는 비교적 좁은 스테레오 이미지를, 120°에서는 조금 더 넓은 공간감을 담을 수 있다.
별도의 마이크와 케이블을 연결하지 않아도 H8에 장착된 상태로 바로 녹음할 수 있어서 편하다.


H8에는 XLR 입력도 6개나 있어서 여러 개의 외부 마이크를 연결해 동시에 녹음할 수 있다.
XYH-6로 공간 전체의 소리를 담으면서 외부 마이크로 특정 소리를 가까이 녹음하는 식으로 여러 소리를 각각의 트랙으로 기록할 수 있게 됐다.
H1 하나만 사용하던 때와 비교하면 녹음 방법의 선택지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졌다.

H8에는 Field, Music, Podcast 세 가지 앱이 들어 있다. 녹음 목적에 따라 인터페이스와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달라지는데, 나는 대부분의 작업에서 Field만 사용하고 있다.
모든 H8에서 발생하는 문제인지, 내가 사용하는 제품만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콘덴서 마이크를 연결하고 기본 캡슐 마이크를 동시에 녹음하면 삐… 삐삐… 삐… 하는 고음의 간섭음이 들린다.
기본 마이크 캡슐을 끄면 해결되는데, 작업 도중 이런 미세한 소리가 들어가면 편집할 때 난이도가 너무 올라간다.
항상 발생하는 문제는 아니라 지금까지는 참고 사용하고 있다.
현재 유튜브 콘텐츠에 사용하는 대부분의 소리를 H8로 녹음하고 있을 정도로 잘 사용하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크기가 작아 휴대하기 좋고, 녹음 성능도 업그레이드된 H5studio를 한번 사용해 보고 싶다.
ZOOM SSH-6
구입 일시 : 2022년 6월
구입 가격 : 150,000원
H8을 구입할 때 함께 구입한 MS(Mid-Side) 방식의 스테레오 샷건 마이크다.


앞쪽의 소리를 집중해서 담는 초지향성 Mid 마이크와 좌우의 공간을 담는 양지향성 Side 마이크가 하나의 캡슐에 들어 있다.
두 신호를 조합해 특정 방향의 소리를 강조하면서도 주변의 공간감을 함께 스테레오로 담을 수 있다.
내가 만드는 콘텐츠는 특정 소리만 깨끗하게 분리하는 것만큼 그 소리가 존재하는 공간의 분위기도 중요하다.
그래서 일반적인 모노 샷건 마이크보다 이런 방식이 내 작업에 더 잘 맞을 것이라 생각했다.
현재는 귀뚜라미, 풀벌레, 매미, 새소리처럼 특정 방향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담으면서 주변의 환경음도 함께 녹음하고 싶을 때 사용하고 있다.
Interharmonics Geophone
구입 일시 : 2024년 4월
구입 가격 : 330,000원 (배송비, 통관비 포함)



지오폰은 일반적인 마이크처럼 공기를 통해 전달되는 소리가 아니라, 지면이나 물체를 통해 전달되는 진동을 전기 신호로 바꿔 기록하는 장비다.
독특한 소리를 만들고 싶어서 구입했다.
선풍기나 세탁기처럼 진동이 많은 전자제품,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자동차가 많이 다니는 다리 등 진동이 전달되는 물체에 직접 접촉시켜 사용한다.
앞부분에 자석, 막대, 흡착 방식의 액세서리를 장착할 수 있어서 상황에 따라 골라 사용할 수 있다.
SF 분위기의 콘텐츠를 만들 때 사용해 봤는데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sE Electronics sE8 Pair
구입 일시 : 2024년 5월
구입 가격 : 693,100원
Zoom H8의 기본 캡슐 마이크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껴 구입하게 됐다.
sE8은 카디오이드 지향성을 가진 소형 다이어프램 콘덴서 마이크다. 특정 대역을 과하게 강조하지 않고 비교적 플랫하게 소리를 담아내는 성향이 마음에 들어 선택했다.
두 개로 구성된 Pair 제품을 구입해 다양한 녹음에 사용하고 있다.



처음 사용해 본 콘덴서 마이크다.
녹음한 소리를 처음 들어봤을 때 작은 희열 같은 게 느껴졌다.
그만큼 좋았다.
크기가 작아 휴대하기도 편했고, 무엇보다 녹음되는 소리가 마음에 들었다.
2년 넘게 사용해 보니 처음 기대했던 것처럼 있는 그대로의 소리를 담아내는 성향이 마음에 들었다. 작은 소리도 섬세하게 표현해 주고, 과하게 꾸며진 느낌이 없어 공간을 만드는 작업에 잘 어울렸다.
처음의 감동은 익숙함으로 바뀌었고, 지금은 개성이 적다는 점이 오히려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도 성능 자체에서 부족함을 느끼지는 않고 있다.
필드 레코딩 장비를 찾아보다 보면 Sennheiser MKH 시리즈를 자주 만나게 된다. 특히 MKH 8020이나 8040 같은 마이크는 언젠가 꼭 한번 사용해 보고 싶은 장비다.
하지만 두 개를 한 쌍으로 구성하려면 지금 사용하는 sE8 Pair와는 가격 차이가 상당하다. 기회가 된다면 꼭 써보고 싶다.
그전까지는 sE8이 계속 내 메인 마이크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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