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인테리어를 했기 때문에 어떤 소리에 아주 민감하다. 특히 나무가 뒤틀릴 때 날 것 같은 소리, 나무가 갈라질 때 날 것 같은 소리, 뭔가가 쓰러지는 소리, 전기 스파크 튀는 소리 등! 정확히 들어본 적 없는 소리일지는 모르지만, 그런 소리처럼 들리면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내가 직접 시공했다 보니 뭔가 잘못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동안은 불안하기도 했다. 천장이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 주방 물이 새면 어떻게 하지? 전기 합선되면 어떻게 하지? 별생각이 다 들었었다. 하지만, 이런 불안감은 살면서 금방 사라졌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새벽에 화장실 다녀오면서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됐다.
소리의 간격이 규칙적이지 않아 물소리는 아닌 듯했다. 방향을 유심히 들어보니 주방 쪽이었는데 나무에서 날 것 같은 소리여서 불안감이 커져만 갔다. 천장, 벽 뒤에는 다 나무다. 거기다 주방에 있는 가구도 다 나무다. 무슨 문제가 생긴 게 분명했다.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카메라로 소리를 녹음하면서 그 방향을 정확히 파악하려고 초집중했다. 소리가 안 들릴 때는 3~5분까지 조용했다. 새벽에 도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소리를 듣고 난 뒤 졸음도 싹 사라져서 밤샘하더라도 문제를 파악해야 잠을 잘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소리는 싱크대 쪽에서 들리는 듯했다. 하부장을 직접 만들어서 불안감이 커졌다. 하부장에 들어있는 그릇들이 너무 무거워서 내려앉는 중일까? 하부장과 벽이랑 고정해 둔 곳이 벌어지는 중일까? 온갖 상상들이 불안감을 키워갔다.
갑자기 소리가 연달아 났다! 싱크대 상판 쪽에서 들리는데 소리 위치가 너무나 의아했다. 싱크대 위에는 씻어서 말리고 있는 나무 도마, 스테인리스 냄비, 그릇 조금, 물에 담겨 있는 병아리콩이 전부였다.
설마 말리고 있는 스테인리스 냄비 안쪽에 바퀴벌레가 갇혀서 내는 소리일까?! 냄비, 그릇을 다 뒤집어 가며 찾아봤지만, 다행히 바퀴벌레는 없었다. 집에서 아직은 바퀴벌레가 나온 적이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불안감이 사라지려는 찰나! 왼쪽 귀에서 선명하게 들리는 딱! 하는 소리!!!!!
그 소리는 마치 영화 ‘유전’의 여자아이가 혀로 내는 소리 같았다. 혀를 입천장에 대고 장난으로 내는 그 소리!!! 그 소리처럼 들리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순간, 소리의 위치를 찾기보단 어둠 속에 뭔가가 있는 것처럼 사방을 살펴봤다. 식탁 아래에 뭔가가 있나?, 벽 뒤에 있는 걸까? 두리번거리며 싱크대를 벗어나고 있었는데 다시 싱크대에서 소리가 났다. 이건 뭐 왼쪽으로 가면 오른쪽 귀에다 대고 소리를 내는 것 같고 오른쪽으로 가면 왼쪽 귀에다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불도 켜지 않은 주방에서 그것도 새벽에 이게 뭐 하는 짓이란 말인가.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환청이 들리나? 별생각이 다 들었다.
그러다 눈에 띈 게 물에 잠겨 있는 병아리콩. 싱크대 위에 있는 것들은 다 확인하고 만져봤지만, 병아리콩은 건들지도 않았다. 에이 설마~ 이게 그런 소리를 낸다고??!?????
맞았다………
이!!!! 노랗고 하찮고 이름도 귀여운 병아리콩에서 그런 소리가 들렸던 게 맞았다!!!!!
순간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몇 분 동안 황당해하고 있었다. 병아리콩에 희롱당한 느낌이다. 말린 병아리콩을 불려서 사용하려고 리아가 물에 넣어 둔 건데 너무나 딱딱한 게 물에 불어나면서 딱! 딱! 소리를 내고 있었다.
뭔가로 병아리콩을 덮어두고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옆에서 잘 자는 리아가 왜 이렇게 얄미워 보이지.
병아리콩은 유기농으로 아이허브에서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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