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정확하게는 비건을 지향한다.)이라는 말을 들은 지인들은 내가 마치 고기를 싫어해서 비건을 한다고 대부분 생각한다. 단순한 사고 유형으로 흰색이 좋다고 하면 검은색은 왜 싫어? 라는 명쾌한? 논리 구조로 되어 있는 사람들. 아무튼, 고기를 싫어해서 비건을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고기를 진심으로 좋아한다. 이 말을 들은 지인들은 “사랑해서 헤어지는 거야”라는 말을 들은 것처럼 이해하기 힘들어한다.
맞다. 고기를 먹었을 때 탈만 나지 않는다면 비건을 하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늘 배탈이 잦았는데 그 이유를 찾기 힘들었는데 여러 가지 인체실험?을 하듯 다양한 방법을 수년간 자행하면서 그 원인을 “동물성 지방”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병원? 당연히 많이 다녔다. 배탈 때문에 병원비 쓴 것만 아꼈어도 SCHD 주식 수백 주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비건을 지향하는 삶을 살게 된 지 4년째다. 처음에는 회사를 다니다 보니 하루 한 끼 정도 비건식으로 먹었지만, 퇴사 후에는 대부분 세 끼를 비건식으로 먹는다. 지인들을 만날 때나 가족 모임이 있을 땐 해산물로 타협점을 찾기도 한다.
좋아하는 고기를 안 먹으면서 살면 뭐가 좋냐는 지인들,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보편적으로 행복한 삶이라는 영역에서 먹는 것은 큰 비중을 차지할 텐데 먹는 것을 포기한다고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비건식으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와닿지 않겠지만 진짜다.
3일째
하루 세 끼를 비건식으로 챙겨 먹으면서(가공식품, 자극적인 음식 제외) 3일째 부터 뭔가 몸이 가벼워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라 사람마다 기간은 다를 수 있으나 비건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비슷했다.
30일째
한 달쯤 지나면서 입맛이 변한걸 느낄 수 있었다. 평소에 자극적인 음식을 먹었다는 것을 깨닫고 대부분의 식자재에 소금, 후추로만 간을 해도 맛있다고 느끼는 나 자신에 놀랐다.
60일째
식사를 준비하는 과정이 몸에 익어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식자재의 영양소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됐고 “건강함”이 뭔지 느끼게 됐었다. 건강하다는 것을 식단만으로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고 내 안에서 긍정적인 여러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아무리 이런 경험을 말해도 경험을 하지 못한 지인들은 이해 못했다는 식으로 질문을 하곤 한다. 순수하게 질문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영양학적으로 지적하고 싶어서 질문을 한다.
“그럼, 단백질은 어떻게 섭취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늘 받게 되는데 거꾸로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깊이 생각해 보면
한국인의 꼰대력
“내가 말이야 고기를 수십 년 먹으면서 살았는데 건강해! 아무 문제 없었어! 그런데 넌 왜 안 먹어?!” 난 탈이 없는데 넌 뭐가 문제야!?”
자신도 괜찮고 많은 사람이 괜찮으니, 너도 그럴 것이고 그래야 한다는 생각.
영양학적인 착오
“단백질은 고기에만 있고 남자한테 필수야! 꼭 많이 먹어야 해! 콩? 콩은 많이 먹으면 남자한테 안 좋아.”
잘못된 정보로 인해 오해하고 있는 것들.
열일하는 마케팅
많은 식품에 “프로틴”이라는 것을 내세워 광고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한다. 과거에는 “웰빙”이 유행해 많은 식품에 “녹차 함유”라는 문구를 넣어 판매했던 것과 비슷하다. 결국 마케팅의 영향으로 단백질이 가장 중요한 영양소처럼, 많이 먹으면 좋은 것처럼, 사람들에게 각인되고 있었다. 반대로 탄수화물은 다이어트 보조식품, 다이어트 업체 때문에 좋지 않은 영양소로 전락하는 것 같다. 탄수화물을 먹지 않는 다이어트도 있을 정도다. 탄수화물도 중요한 영양소인 것은 틀림없다.
그리고 단백질은 무조건 많이 먹으면 좋은 영양소가 아니다. 세계영양학회는 단백질 권장량을 자신의 몸무게 1kg당 0.8g으로 정하고 있고 1kg당 2g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고단백을 외치며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데 고단백이 아니라 과단백이다.
아무튼 대부분의 채소, 견과류, 곡류, 과일 등에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데 그 양은 골고루만 섭취한다면 충분하고도 남는다. 여기서 식물성 단백질과 동물성 단백질의 차이, 아미노산, 체내에서 단백질이 어떻게 합성되는지는 다음으로 자세히 포스팅하고 싶다.
그렇다. 비건으로 살아도 단백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고기를 먹는 사람이 다수고 먹지 않는 사람이 소수다 보니 보편적인 시각으로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인식이 은은하게 깔려있다. 그렇게 문제라는 시각 때문에 지적하고 싶은 마음에서 다양한 질문을 하는 듯하다.
그래도 한국이 변하고 있는 것을 느끼는데 그중 하나가 비건 페스티벌! 이곳은 비건인들과 비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그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 이해받는 느낌을 받는다.
비건 페스티벌을 가기 위해 리아(아내)랑 불광역에 있는 서울혁신파크로 향했다.
주말인데 버스에 사람이 없었다. 예쓰!
비건 페스티벌은 불광역에 있는 서울혁신파크에 열렸다. 서울혁신파크는 집수리 아카데미 수업을 들으러 왔던 곳이라 익숙하고 친근한 곳이다. 서울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게 좋았는데 아쉽게도 재개발한다고 한다.
(왜죠?!!!)
처음 와본 비건 페스티벌.
멀리 북한산이 보이고 날씨도 좋고(사진이 탁해서 그렇지 날씨가 너무 좋았음) 다양한 먹거리와 친환경 상품들을 만나 볼 수 있어 즐거웠다.
여러 음식을 사 들고 잔디밭에서 먹으며 가까운 사람들과 스몰 토킹도 해본다. 비건이 된 이유가 다들 너무 다양했다. 동물을 사랑해서, 환경을 걱정해서, 건강하고 싶어서 등 이유는 달랐지만 무언가를 아끼는 마음은 같았다.
자신이 받아들인 어떤 사상이나 이념이 다른 사람에게 핀잔주는 태도는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 비건인 중에서도 고기를 먹는 사람들을 손가락질하는 상황은 없었으면 좋겠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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