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타일 철거를 찍먹 해보고 멘탈이 흔들리는 상황 속에 전문가까지 섭외해 철거를 진행하게 되는 무리한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 조금 더 고민을 해보고 신중히 결정했으면 좋았을 텐데 다음 일정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판단을 흐리게 만들었다. 혹시라도 화장실 타일을 셀프로 바꾸고 싶어 이 글을 보시는 분이라면 ‘철거하는 과정이 이럴 수도 있구나’ 정도로 맛보기만 하시고 전문가에게 맡기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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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철거 마지막 관문 화장실 타일 철거 도전!, 거실 천장 철거, 거실 천장 누수의 흔적 | 셀프 인테리어 도전기 #12
우리집 인테리어 도전기, 열두 번째 이야기. 셀프 철거 이야기로 화장실 타일 철거를 시도한 과정과 거실 천장 철거 및 누수 흔적에 관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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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전문가 섭외하기 : 타일 철거 전날

숨고에서 철거 전문가를 알아볼 수도 있었지만, 유튜브에 철거 영상을 올리는 전문가가 뭔가 더 전문적인 느낌이 들어 연락을 해봤다. 지역이 맞지 않거나 너무 비싼 분들이 많았다. 하루 50만 원을 부르는 분들은 아마도 안 할 생각으로 금액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철거 협회가 있었는데 전국으로 연락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있어 쉽게 원하는 지역에서 전문가를 섭외할 수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경력 15년 차 일당 40만 원으로 시작했는데 조금 더 알아보니 35만 원으로 가능한 분이 있었다. 하지만, 경력이 5년 미만이다. 경력이 적으면 젊을 것 같아 대화가 잘될 것 같은 생각으로 5년 미만 경력으로 결정했다. 전문가 스케줄이 비어있어 연락한 다음 날 바로 오신다고 했다. 이렇게 전문가를 섭외하는 데 한 시간도 안 걸렸던 것 같다.



철거 비용 협상 : 타일 철거 당일

생각보다 젊으신 사장님이(서로 호칭은 사장님이라 불렀다) 오셨다.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이 일찍 오셨는데 간단히 현장 체크를 하면서 얘기를 나눠 보니 경력 8개월이라고 하신다. 음... 경력이 적은 거 같은데... 5년 미만은 맞으니까.

타일 폐기물은 어떻게 하실 계획이냐는 질문에 “폐기물 마대”(예전에 찾았던 방법)로 버리려고 한다고 하니까 그렇게는 힘들 거라는 철거 사장님. 30만 원을 추가하시면 타일 폐기물과 현장에 있던 다른 폐기물까지 다 처리해 주시겠다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셨다. 단, 폐기물을 나를 땐 같이 날라주는 조건이 붙었다. 그렇게 화장실 타일 철거, 폐기물 처리까지 총 65만 원.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다. 예전에 철거 비용을 알아볼 때만 해도 1톤 트럭 기준으로 30~40만 원 정도로 파악하고 있어서 30만 원에 모든 폐기물 처리는 너무 좋은 기회였다. 당시 천장 철거에서 나온 각목과 합판이 많아 힘쓸 생각보단 처리할 수 있단 생각이 더 컸다.



철거 시작

철거 사장님은 5시 전까지 끝내려면 지금(8시 30분)부터 시작하자고 했다. 빌라 이웃분들에게 인테리어 공사를 얘기해 두긴 했지만, 9시부터 하겠다고 해놔서 걱정됐다. 30분 차이는 괜찮겠지?

드디어 철거 시작! 소리를 들어보니 내가 작업할 때보다 몇 배나 더 컸다. 이건 괜찮을 수 없는 소리였다. 슬슬 마음이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이웃으로 9가구나 됐는데 이 작업 때문에 괴로움을 하루 종일 겪어야 한다. 남한테 피해주는 걸 싫어하는 성향이라 철거 소리만 들어도 너무나 괴로웠다. 하지만, 이웃분들은 더 괴롭겠지? 제발 오늘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90분 정도 진행됐을까? 넓은 벽 한 면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오!! 진짜 빨랐다. 이렇게 진행되면 4시간 정도면 끝날 것만 같았다. 난 어제 뭘 했던 걸까, 역시 전문가는 전문가였다. 빨리 끝날 것 같은 안도감에 괴로움이 순간 가라지는 찰나. 누군가 문을 부실 것 같이 두들겼다.






첫번째 이웃과 인사를 하게 됐다.

도대체 무슨 작업을 하길래 이렇게 시끄럽냐고 언제 끝나냐고 물으시지만, 표정은 화나 있으셔도 말씀은 너무나 친절하셨다. 그때 내 손에 망치가 들려 있어서 그러셨던 걸까. 알 수는 없다.

이웃의 분노가 당연한 이 상황이 더욱더 죄송한 마음을 키워 갔다. 최대한 빨리 끝내겠다고 말씀드리며 고개를 숙이고 또 숙이면서 죄송한 마음을 최대한 온몸으로 알리는 수밖에 없었다.

철거 사장님도 경험이 적어 이런 상황이 힘든 내색이었다. 문 두들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으면 바로 작업을 일시 중지하시고 나를 쳐다보셨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문 두들기는 소리가 하루 종일 귓가에 맴돌았다고 한다.


오전 작업 진척 상황

떨어진 타일 조각이 많아지면서 마대에 담으면서 작업하게 됐다. 삽으로 퍼서 마대에 담고 있을 때쯤. 두 번째 이웃과 인사를 하게 됐다.

할머니셨는데 “집 무너져!!!”라며 대뜸 소리부터 지르신다. 죄송하다고 아무리 말씀드려도 내 얼굴은 보지 않으시고 다른 곳만 보시는 게 뭔가를 찾는 느낌이었다. 나를 밀치고 집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이렇게 공사하면 집 무너져!! 책임질 거야??”라는 송곳 같은 멘트를 날리셨다. 화를 풀어 드리기 위해 “죄송합니다. 최대한 빨리 끝낼게요. 시끄럽게 해드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말씀드려도 대화가 되기보단 하고 싶은 말만 하시는 할머니. 집이 무너지고 있는 것처럼 소리만 치시던 할머니는 그렇게 5분 정도 집을 구석구석 살피시고는 떠나셨다. 정말 힘든 순간이었다. 하루 종일 이런 일을 겪을 걸 각오해야겠다. 철거 소음은 이웃분들을 분노하게 할만 한 소음이기 때문이다.

떨어진 타일을 마대에 담아 정리해 두고 철거 사장님과 식사하러 가려는데 세 번째 이웃과 인사를 하게 됐다. 보자마자 시끄럽게 해드려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리면서 최대한 빨리 끝내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아이고 소리가 엄청나게 큰 거 보니 많이 힘드시겠어~ 욕보셔~”라며 쿨하게 가시는 할머니. 순간이었지만, 엄청난 위로가 되는 말씀을 하시고 갈 길 가시는 뒷모습이 너무나 감동이었다. 진심으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이런 소음에서 어떻게 저런 따듯한 말씀을 하실 수 있으신 걸까?

옆에 계셨던 철거 사장님도 감동받으신 듯했다. 맘고생을 같이 하고 계신 철거 사장님도 안쓰러워 좀 더 비싼 점심을 사드렸다. 식사하면서 스몰 토킹을 해보니 아들이 둘인 아버지셨던 것! 생각보다 동안이셨다. 나한테는 대학생인 줄 알았다면서 서비스 멘트를 날리시는 철거 사장님. 서로 동안이라고 서로 놀라면서 서로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철거가 몸이 힘든 것보단 항상 욕먹는 일이다 보니 마음이 더 힘들다는 철거 사장님. 그렇게 1년만 채우고 다른 일 할 계획이라고 하셨다. 이분도 나랑 비슷한 성향인가? 맘고생이 많은 게 느껴졌다.

철거 사장님과 커피도 한잔하려고 했으나 이웃들께 최대한 빨리 끝내겠다고 말씀드린 게 생각나 어쩔 수 없이 밥만 먹고 현장으로 이동했다. 철거 사장님도 빨리 끝내버리고 싶은 눈치셨다. 현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세 번째 이웃과 인사하게 됐다.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니 공사는 원래 다 그런 거라며 걱정하지 말고 얼른 끝내시라고 말씀하시며 인자한 미소를 남기시고 떠나셨다. 이 따듯함은 뭘까. 너무나 좋은 이웃분들이 계셔서 마음이 든든했다. 그러니까 이웃들에게 길게 피해를 주지 않고 빠르게 끝내야 했다.



2인 1조

철거 사장님과 협의했던 건 타일 폐기물만 같이 나르는 것이었는데 더 작업을 빨리 끝내기 위해 2인 1조로 옆에서 타일 조각을 마대에 담기로 했다. 아침부터 큰방에서 다음 작업을 위한 밑 작업이 하던 중이었지만, 지금은 다음 작업이 문제가 아니었다. 앞으로 2시간 안에 전동 공구 사용을 끝내겠다고 다짐하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렇게 10분쯤 일했을까, 엄청난 굉음과 먼지, 사방으로 튀어 오르는 날카로운 타일 조각, 성인 두 명이 함께 작업하기에는 좁디좁은 화장실이라는 것을 깨닫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얼마 안 가 더 이상 타일 조각을 퍼 담을 마대가 없어서 트럭으로 나르기 시작했다. 마대 하나당 들 수 있을 정도로 담으려고 노력했지만, 빠르게 일하려니 마대가 무거워졌다.

1차로 타일이 든 마대를 트럭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이 현장이 4층이었다면 절대 못 했을 것이다. 다행히 2층이라서 할 수 있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더 이상 마대를 들기 힘들쯤 옮기는 게 끝났다. 철거 사장님도 많이 힘드실텐데 힘든 내색 없이 일을 진행하려고 하셨다. 10분만 쉬자고 말씀드리니 그제야 일을 멈추셨다.

철거 사장님께서 물 마시며 자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아들이 둘이 있는데 첫째가 중학생이라는 이야기와 요즘 뭘 배우고 싶어 하시는 지 등 여러 이야기를 쏟아 내셨다. 역시 아버지셨다. 많이 힘드실텐데 자녀에 관한 이야기를 웃으시며 말씀하시는 모습에 보통 분이 아니시라는 것을 느꼈다. 어떠한 힘든 상황에서도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것이 어떤 감정인지 아내 덕분에 느껴봤던 거 같은데 그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이런 내 모습을 반성했다.






또 오셨다.

다시 화장실로 들어가 대략 30분 정도 일했을까, 현관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두 번째로 인사드렸던 할머니께서 다시 오셨다.

문을 열자마자 “집 무너져!” 소리치시며 멀리까지 들리는 소리 때문에 시끄럽다고 소리치시는 할머니. 시끄럽게 해드려 죄송하다고 이제 거의 끝났다고 말씀드리는데 아침과 똑같이 나를 밀치시고 집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오셨다. 그런 할머니를 보면서 철거 사장님도 긴장한 눈치셨다. 이렇게 공사하다가 집 무너지면 책임질 거냐고 소리치시는 할머니께 안심시키시려고 작업에 대한 설명을 해드렸다. “벽을 부수는 게 아니라 타일을 제거하는 작업이니 집이 무너질 일은 없으...”, 다 듣지도 않으시고 말씀하시는 할머니. “니가 어떻게 알아?” 귀마개를 하고 있어도 할머니의 목소리는 전동 공구 못지않았다.

당연했다. 이런 소리가 하루 종일 들리니 화가 나실만했다. 저녁에 뭐라도 사 들고 인사를 가야 할 것 같아 혹시 몇 호에 사시냐고 여쭤보니 더 큰소리로 화를 내신다. 시끄러울 대로 다 저질러 놓고 죄송하다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더 화나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몇 호에 사시는지 말씀을 해주지 않으시고 떠나셨다.


마무리 단계

철거 사장님은 이상하시다며 화가 많이 나신 것은 알겠는데 왜 그렇게 두리번거리시는지, 공사가 언제 끝나는지 궁금하진 않으신 것 같다고 하셨다. 집 밖으로 나간 할머니께서 위로 올라가시는지, 밑으로 내려가시는지 확인하고 정확한 호수를 파악하려는데 이상하게 빌라를 나가셨다. 어디 볼일이 있으신가 해서 창문으로 보니까. 30미터 떨어진 다른 빌라로 들어가시는 것이 아닌가? 다른 건물에서도 소음이 크게 들리긴 할 테니까. 뭐 좋게 좋게 생각해야지 어쩌겠나. 바로 옆에 새로 짓는 건물도 있어서 공사 소리가 컸는데 거기에 풀 화를 여기에 푸는 걸지도 모르겠다.



철거 끝

해리포터 아즈카반 감옥

4시 반쯤. 화장실은 깨끗하게 비워졌다. 세탁기 있던 바닥 자리만 철거하고 나머지 바닥 타일은 포기했다. 철거 사장님께서 바닥 타일은 살리기도 한다며 아직 폐기물 옮길 것도 많고 여기서 마무리 짓는 게 어떠냐고 하시길래 승낙했다. 얼른 마무리 짓기 위해 나머지 폐기물을 나르기 시작했다. 천장 철거로 나왔던 합판이 너무 커서 계단으로 옮기기 힘들었는데 휘게 해서 겨우 옮길 수 있었다. 이런 폐기물 때문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면서 6시쯤 겨우 끝낼 수 있었다.

철거 사장님도 많이 힘들어 보이셨다. 생수를 건네드리면서 너무 고생 많으셨다고 인사드리는데 생각보다 폐기물이 많아 돈을 더 받으셔야겠다는 철거 사장님. 순간 협의했을 때랑 이야기가 다르고 하루 같이 고생하면서 느꼈던 동질감은 무엇이었나, 생각이 들며 섭섭할뻔했지만, 일은 일이니까 기분 좋게 더 드렸다.

철거 비용으로 65만 원(타일 철거 35만 원, 폐기물 처리 30만 원)에서 5만 원 추가해 70만 원으로 최종 결정.






철거 뒤처리

집안 전체가 먼지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았다. 조금만 걸어도 흙먼지가 날렸다. 인테리어 업체에서 진행했다면 이런 것도 알아서 해줄 텐데 셀프 인테리어로 진행하면 작은 일에 시간을 많이 쓰게 되는 거 같았다.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화분
망치가 놓여 있던 자리


6시 30분. 이웃분들 퇴근해서 집에 오시기 전에 계단부터 청소해야 했다. 아내를 급하게 불러 같이 청소하고 선물을 사서 이웃분들께 죄송하다며 인사드렸다.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손 편지와 몇 가지 생활용품을 드리면서 인사드린 적이 있었는데 오늘 철거 소음을 들어보니 그런 거로는 어림도 없었다. 특히 바로 밑에 층 아주머니께서는 휴가를 내시고 따님과 쉬려고 하셨는데 공사 소음 때문에 피난을 가셨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는 두 손 무겁게 과일 박스를 들고 아내와 함께 죄송하다고 인사드렸다. 웃으시면서 괜찮다고 하시지만 절대 괜찮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기에 더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이웃분들께 찾아가 얼굴을 보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보니 8시쯤 됐다. 모든 집을 방문하고 확실해졌는데 역시, 낮에 샤우팅 하셨던 할머니는 다른 곳에 사시는 분이셨다. 공사 기간 내내 자주 마주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오랜만에 무거운 걸 많이 날랐더니 온몸이 쑤신다. 집에 와서 옷을 갈아입는데 온몸에서 타일 조각이 우수수 떨어졌다. 후… 힘든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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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창호) 크기 변경 아이디어! 구입 비용은?, 레이저 레벨기 테스트 | 셀프 인테리어 도전기 #14
주방 창문이 문제 of 문제였는데 여러 업체를 문의하며 느낀 점은 하나만 교체하는 것은 매우 비싸다는 것.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고민 끝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철거 없이 창문을 새로 설치하는 방법!!